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노년기는 만성질환이 빈번히 발생하고 건강이 점차 쇠퇴하는 시기이다. 건강의 악화는 개인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리고, 사회 전반적으로는 의료 및 복지 지출의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인구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할 때, 노인의 건강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사회적 수준의 요인들을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의 정의에 따르면,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well-being)을 이룬 상태이다[1]. 건강을 반영하는 지표 중의 하나인 주관적 건강은 스스로의 건강에 대한 ‘좋다’ 또는 ‘나쁘다’ 등의 평가로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에 대한 개인의 포괄적인 인식이다[2]. 노인의 주관적 건강은 객관적 건강수준과 정적인 관계가 있고[3] 일상생활수행능력 및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2], 노인의 주관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규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지지는 노인의 주관적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심리적 요인으로 여러 실증연구에서 주목받아왔다. 사회적 지지란 한 개인이 사회적 관계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긍정적인 자원으로 정의할 수 있다[4]. Cohen과 Wills [5]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사회적 지지는 개인에게 긍정적인 정서경험과 안정적인 삶의 환경을 제공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함으로써, 개인의 전반적인 안녕을 증진시킬 수 있다. 사회적 지지는 두 하위 개념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사회적 관계망으로부터 개인이 실제로 받은 사회적 지지 수혜(received social support)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적 지지를 받을 가능성에 대한 개인의 인식인 지각된 사회적 지지(perceived social support)이다[6]. 지지 수혜보다 지각된 지지가 노년기의 건강을 보다 일관되게 예측한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6], 본 연구는 지각된 사회적 지지가 노인의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고자 한다.
그동안 지각된 사회적 지지와 노인의 주관적 건강 간의 관계를 살펴본 국내의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사회적 지지가 노인의 주관적 건강과 정적 관계가 있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7-10]. 예외적으로 일부 농촌 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11]. 그러나 이 연구의 대상이 79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수 간의 관련성을 발견하기에는 표본크기가 충분하지 않았을 수 있다.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국내의 다양한 노인 집단을 대상으로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검증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한계를 갖고 있다.
첫째, 기존의 국내 연구들은 횡단자료를 활용하여 사회적 지지와 노인의 주관적 건강 간의 관계를 분석하였으므로, 두 변수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노인의 주관적 건강상태가 사회적 지지의 수준을 결정짓는 선행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횡단자료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사회적 지지가 노인의 주관적 변화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노년기는 어느 생애주기보다도 건강이 빠르게 쇠퇴하는 시기로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인의 건강이 어떻게 변화하며, 어떠한 요인이 건강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실증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두 시점의 종단자료를 활용하여 노인이 지각한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자 한다.
둘째, 사회적 지지는 사회적 관계를 통해 어떠한 자원과 도움이 제공되었는지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국내 선행연구들은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구분하여 살펴보지 않았다. 즉, 일부 도시 저소득층 주민을 대상으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Lim 등[12]의 연구를 제외하면, 기존의 국내 연구들은 여러 유형의 사회적 지지를 측정하였더라도 하나의 점수로 합산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서구의 여러 선행연구에 따르면, 정서적 지지 및 도구적 지지는 노인의 주관적 건강을 높이는 것으로 일관되게 나타났다[13,14]. 반면에, 정보적 지지와 주관적 건강에 대한 서구의 연구결과는 다소 혼재되어 있다[13,15]. 즉, 낮은 수준의 정보적 지지가 성인의 주관적 건강의 악화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도 있지만[13], 두 변수 간에 유의한 관계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15]. 이를 고려하면, 모든 유형의 사회적 지지가 노인의 주관적 건강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유형의 사회적 지지가 우리나라 노인의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증하고자 한다. 사회적 지지의 유형은 학자에 따라 다르게 구분되지만, 본 연구에서는 널리 쓰이고 있는 House [16]의 분류인 정서적 지지, 도구적 지지, 정보적 지지, 평가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House [16]의 정의에 따르면, 정서적 지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공감, 애정, 신뢰 등을 받는 것이며, 도구적 지지는 주변으로부터 돈이나 물건 등을 받거나 누군가가 일을 대신해주는 등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다. 정보적 지지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와 충고 등을 받는 것이며, 평가적 지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기평가(self-evaluation)에 필요한 정보를 받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16].
셋째, 국내 선행연구들은 사회적 지지가 노인의 주관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를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국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적 지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며[17], 노인이 지각한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강하거나[18], 오직 여성에서만 유의하게 나타나기도 하였다[19]. 이에 본 연구는 우리나라 노인이 지각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성별에 따라 그 영향에 차이가 있는지를 검증하고자 한다. 본 연구결과를 통해 남성노인과 여성노인을 대상으로 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의 개발에 유용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우리나라 노인이 지각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 및 성별에 따른 그 영향의 차이를 검증하는 데에 있다. 구체적인 목적은 다음과 같다.
• 남녀 노인이 지각한 정서적, 도구적, 정보적, 평가적 지지의 수준을 파악한다.
•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남녀 노인의 주관적 건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파악한다.
• 노인이 지각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다.
• 성별에 따라 노인이 지각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는지를 검증한다.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우리나라 노인이 지각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성별에 따라 그 영향에 차이가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서술적 조사연구이다.
2. 연구대상
본 연구는 국민노후보장패널(Korean Retirement & Income Study) 6차년도(2016년) 및 7차년도(2018년) 부가조사 자료를 활용하였다. 국민노후보장패널은 우리나라 중 ․ 고령자의 노후준비 및 노후생활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자 전국의 만 50세 이상의 가구원이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국민연금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격년으로 조사하고 있는 종단조사이다[20]. 홀수년도에는 기본조사가 이루어지고, 짝수년도에는 기본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을 중심으로 특정 주제를 정하여 부가조사가 실시된다. 사회적 지지와 주관적 건강은 6, 7차 부가조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졌으므로, 본 연구는 이 두 시점의 자료를 사용하였다.
본 연구는 6차 부가조사 당시 65세 이상이었으며, 6, 7차 부가조사에 모두 참여하였고 두 시점 모두에서 주관적 건강문항에 응답한 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6차 조사 당시 65세 이상이었던 참여자 4,229명 중에서 7차 부가조사에도 참여한 사람들은 3,685명으로, 그 중에서 주관적 건강문항에 결측치가 있는 35명을 제외한 3,650명을 본 연구의 최종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대상인 3,650명과 6차 조사에만 참여하였거나 주관적 건강 문항에 결측치가 있어 분석에서 제외된 579명의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6차 조사 당시 사회적 지지 및 주관적 건강상태를 비교한 결과, 두 집단 간의 성별(x2=0.87, p=.366) 및 도구적 지지(t=-1.03, p=.302)에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반면에 연령(t=17.87, p<.001), 교육수준(x2=50.90, p<.001), 정서적 지지(t=-4.61, p<.001), 정보적 지지(t=-2.71, p=.007), 평가적 지지(t=-2.84, p=.005) 및 주관적 건강상태(t=-9.88, p<.001)에는 두 집단 간에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즉, 본 연구의 분석대상은 분석에서 제외된 응답자에 비하여 6차 조사 당시 평균적으로 연령이 더 낮고, 교육수준과 정서적, 정보적, 평가적 지지의 수준이 더 높았으며, 주관적 건강상태가 더 양호하였다.
3. 연구도구
1) 사회적 지지
6차 부가조사 당시 노인이 지각한 사회적 지지는 Park [21]이 개발하고 Lim [22]이 수정한 사회적 지지 척도를 기반으로 측정되었다. 이 척도는 House [16]가 제시한 사회적 지지의 분류 도식을 반영한 도구로서, 사회적 지지의 네 유형(정서적 지지, 도구적 지지, 정보적 지지, 평가적 지지)을 측정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Lim [22]이 사용한 척도를 수정 및 보완한 후 요인분석을 통해 요인부하량이 낮은 문항을 제외하여 정서적 지지 3문항(위로, 대화, 공감; Cronbach’s ⍺=.83), 도구적 지지 4문항(돈 ․ 물품 ․ 의료비 지원, 병수발; Cronbach’s ⍺=.82), 정보적 지지 3문항(건강 ․ 생활 ․ 의사결정 관련 정보 제공; Cronbach’s ⍺=.81), 평가적 지지 2문항으로 구성하였다(행동 ․ 가치 평가; Cronbach’s ⍺=.82).
모든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 1점에서부터 ‘매우 그렇다’ 5점까지의 Likert 척도로 측정되었으며,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의 평균 점수를 계산하여 본 연구의 분석에 사용하였다.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의 평균 점수는 .81~.83의 높은 내적 일관성 신뢰도를 보였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지각된 사회적 지지의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
2) 주관적 건강
6, 7차 부가조사 당시 노인의 주관적 건강상태는 “귀하는 현재 자신의 건강상태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 단일문항으로 측정되었다. 이 문항은 ‘매우 좋지 않음=1’, ‘약간 좋지 않음=2’, ‘보통임=3’, ‘약간 좋음=4’, ‘매우 좋음=5’으로 이루어진 5점 Likert 척도로 측정되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주관적 건강상태가 좋음을 뜻한다.
3) 사회인구학적 특성
본 연구의 조절변수인 성별은 ‘남성=0’, ‘여성=1’로 코딩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노인이 지각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성별에 따른 조절연구를 검증하기 위해서 분석 대상자들의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6차 부가조사 당시의 주관적 건강상태의 영향을 통제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분석대상의 연령, 교육수준, 6차 부가조사 당시 가구소득, 경제활동상태, 가구형태, 종교 유무 및 거주 지역을 보정하였다. 교육수준은 ‘초등학교 졸업 이하=1’, ‘중학교 졸업=2’, ‘고등학교 졸업=3’, ‘전문대학교 졸업 이상=4’로 코딩하였다. 가구소득은 지난 1년 기준 월 평균 가구소득(세전)의 값에 자연로그를 적용하여 변환한 값을 사용하였다. 경제활동상태는 ‘비취업자=0’, ‘취업자=1’로 코딩하였다. 가구형태는 현재 혼자 살고 있는 경우를 준거집단으로,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는 경우(자녀 동거 포함)와 배우자 없이 다른 사람(자녀 등)과 동거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더미변수를 각각 생성하였다. 종교 유무 여부는 종교가 없는 경우 0, 있는 경우 1로 코딩하였다. 거주 지역은 서울 및 광역시에 거주하는 경우 0, 도에 거주하는 경우 1로 코딩하였다. 연령 및 교육수준을 제외한 다른 사회인구학적 특성들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할 수 있지만, 두 시점에서의 각각의 특성들을 모두 분석에 고려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본 연구에서는 6차 조사 당시의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보정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하여 6차 부가조사 당시의 주관적 건강상태의 영향을 통제하였다.
4. 자료수집 및 분석
본 연구의 자료를 사용하기 위하여 연구자는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노후보장패널 담당자에게 연구목적을 제시하고 자료사용에 대한 승인을 받았으며, C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IRB No: CCN-2020-3-1)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는 분석 대상자들의 사회인구학적 특성, 사회적 지지 및 주관적 건강의 수준은 서술적 통계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성별에 따라 분석 대상자들의 이러한 특성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x2 분석과 독립표본 t-test를 실시하였다. 6, 7차 조사 사이에 주관적 건강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을 정도로 변화하였는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대응표본 t-test를 실시하였다. 또한 주요변수 간의 단순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노인이 지각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성별의 조절효과를 검증하고자 위계적 다중선형회귀분석(hierarchical multiple linear regression)을 실시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7차 조사 당시의 주관적 건강상태를 종속변수로 하여 1단계에서 통제변수를 투입하였다. 이후 2단계에서는 독립변수인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와 성별을 추가로 투입하였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는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와 성별의 상호작용항을 추가로 투입하였다. 상호작용항을 구성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다중공선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예측변수와 조절변수를 평균중심화(mean-centering)하여 회귀모형에 투입하였다[23].
연구결과
1. 분석대상의 사회인구학적 특성, 사회적 지지 및 주관적 건강의 변화
본 연구의 분석대상인 남녀 노인의 6차 조사 당시 사회인구학적 특성 및 지각된 사회적 지지의 수준을 Table 1에 제시하였다. 6차 조사 당시 남성의 경우 73.6±5.9세, 여성의 경우 74.2±6.2세로 여성노인이 남성노인에 비하여 평균 연령이 높았다(t=-2.78, p=.005). 여성노인이 남성노인에 비하여 교육수준이 낮았으며(x2=529.22, p<.001), 취업 중인 자의 비율도 더 낮았다(x2=177.72, p<.001). 6차 조사 당시 분석대상의 월 평균 가구소득은 남성 170±120만원, 여성 143±117만원으로, 여성노인이 남성노인보다 낮은 가구소득을 보고하였다(t=6.73, p<.001). 6차 조사 당시 남성노인의 89.7%가 배우자가 있었던 반면에, 여성노인의 47.8%만이 배우자가 있다고 응답하였다(x2=667.79, p<.001). 여성(34.0%)이 남성(8.6%)에 비하여 혼자 살고 있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x2=664.28, p<.001). 여성 노인이 남성노인보다 종교를 갖고 있는 비율이 더 높았으며(x2=104.82, p<.001), 도에 거주하고 있는 비율도 더 높았다(x2=4.71, p=.030).
6차 조사 당시 남녀 노인이 지각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의 평균 점수는 3점대로 보통인 수준이었으며, 성별에 관계없이 정서적 지지, 평가적 지지, 정보적 지지, 도구적 지지의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서적 지지의 평균 점수는 남성노인 3.72±0.65점, 여성노인 3.63±0.68점으로 네 유형의 사회적 지지 중 가장 높았다. 반면, 도구적 지지의 평균 점수는 남성노인 3.39±0.73점, 여성노인 3.26±0.68점으로 네 유형의 사회적 지지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여성노인이 남성노인보다 모든 유형의 지각된 사회적 지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낮은 평균 점수를 보고하였으며, 특히 도구적 지지의 평균 점수에서 남녀 간의 차이가 가장 컸다(t=5.07, p<.001).
6, 7차 조사 사이에 남녀 노인의 주관적 건강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Table 2에 제시하였다. 먼저, 6차 조사에서 주관적 건강의 평균 점수는 남성노인의 경우 3.17±0.84점으로 ‘보통임’과 ‘약간 좋음’ 범주 사이었으며, 여성노인의 경우 2.88±0.84점으로 ‘약간 좋지 않음’과 ‘보통임’ 범주 사이었다. 즉, 6차 조사 당시 여성이 남성보다 주관적 건강의 평균 점수가 더 낮았다(t=-10.32, p<.001). 7차 조사에서도 여성노인(2.73±0.84점)이 남성노인(3.02±0.88점)보다 주관적 건강의 평균 점수가 더 낮았다(t=-9.95, p<.001). 대응표본 t-test 분석 결과, 6, 7차 조사 사이에 남성노인(t=-6.31, p<.001)과 여성노인(t=-7.78, p<.001) 모두에서 주관적 건강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 성별, 사회적 지지 및 주관적 건강의 상관관계
본 연구의 주요변수인 성별, 사회적 지지 및 주관적 건강의 단순상관관계를 Table 3에 제시하였다. 먼저, 6차 조사 당시 노인이 지각한 정서적 지지, 도구적 지지, 정보적 지지, 평가적 지지 사이에는 정적 상관관계가 있었다. 또한 6, 7차 조사 당시 주관적 건강 사이에도 정적 상관관계가 있었다(r=.44, p<.001). 즉, 앞선 시점에 주관적 건강이 양호했을수록 2년 후에도 주관적 건강이 유의하게 더 좋았다.
여성이 남성에 비하여 6차 조사 당시 모든 유형의 사회적 지지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낮았으며, 6, 7차 조사 당시의 주관적 건강 역시 더 좋지 않았다. 6차 조사 당시 지각된 모든 유형의 사회적 지지는 6, 7차 조사 당시의 주관적 건강과 정적 상관관계가 있었다. 특히, 6차 조사 당시의 도구적 지지(r=.19, p<.001)와 정서적 지지(r=.19, p<.001)가 7차 조사 당시의 주관적 건강과 가장 강한 정적 상관관계가 있었으며, 정보적 지지(r=.16, p<.001), 평가적 지지(r=.14, p<.001)가 그 뒤를 이었다.
3.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 및 성별의 조절효과
노인이 지각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성별의 조절효과를 검증하고자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는 Table 4와 같다. 먼저, 통제변수들이 투입된 모델 1은 노인들의 주관적 건강에 대해 22%의 설명력을 보였다(F=117.97, p<.001). 연령이 낮을수록(β=-.10, p<.001), 교육수준이 높을수록(β=.07, p<.001), 월 가구소득이 높을수록(β=.10, p<.001) 6, 7차 조사 사이에 주관적 건강이 덜 악화하였다. 반면에 1인 가구에 비하여 배우자 아닌 다른 가구원과 함께 사는 경우에는 주관적 건강이 더 악화하였다(β=-.06, p=.001). 6차 조사 당시의 주관적 건강이 그로부터 2년 후인 7차 조사 당시의 주관적 건강을 강력하게 예측하였다(β=.36, p<.001).
노인이 지각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와 성별 변수를 투입한 모델 2의 분석결과, 정서적 지지와 도구적 지지 및 성별이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노인이 6차 조사 당시에 지각한 정서적 지지(β=.05, p=.022) 및 도구적 지지(β=.08, p<.001)의 수준이 높을수록 6, 7차 조사 사이에 주관적 건강이 덜 악화하였다. 표준화계수(β)의 크기를 비교하였을 때, 정서적 지지보다 도구적 지지의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대한 설명력이 더 높았다. 반면에, 정보적 지지(β=-.04, p=.060)와 평가적 지지(β=-.02, p=.282)는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또한, 여성노인보다는 남성노인일 경우 주관적 건강이 같은 기간 동안 덜 악화하였다(β=-.06, p<.001). 모델 2에서 사회적 지지와 성별 변수가 투입되면서 모델의 설명력은 23%로 증가하였다(F=79.26, p<.001).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와 성별의 상호작용항을 투입한 모델 3의 분석결과, 성별에 따라 지각된 정서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β=.05, p=.030). 즉, 지각된 정서적 지지는 남성 노인보다는 여성노인의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지각된 도구적 지지(β=.00, p=.942)나 정보적 지지(β=.00, p=.913), 평가적 지지(β=.00, p=.954)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에 따라 다르지 않았다. 모델 3에서 사회적 지지와 성별의 상호작용항이 투입된 후 모델의 설명력은 23%였다(F=62.24, p<.001).
논 의
본 연구는 국민노후보장패널 6, 7차 부가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노인이 지각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성별에 따라 그 영향에 차이가 있는지를 검증하였다. 먼저, 본 연구의 분석대상이 된 남녀 노인이 6차 조사 당시 지각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의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에 3점대로 보통인 수준이었으며, 국내 선행연구들이 보고한 노인이 지각한 사회적 지지의 점수와 비슷하였다[10,11]. 또한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하여 모든 유형의 사회적 지지를 유의하게 더 낮게 지각하였다. 이는 여성이 지각한 물질적 지지 및 애정적 지지 등이 남성이 지각한 것에 비하여 더 낮았다는 Lim 등[12]의 보고와 일치하는 연구결과이다.
다음으로 본 연구는 6, 7차 조사 모두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주관적 건강의 평균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낮음을 발견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6차 조사 당시 주관적 건강의 평균 점수는 남성노인의 경우 ‘보통임’과 ‘약간 좋음’ 범주 사이었으며, 여성노인의 경우 ‘약간 좋지 않음’과 ‘보통임’ 범주 사이었다. 이러한 주관적 건강에서의 성차는 국내 실증연구에서도 관찰된 바 있다[10]. 한편, 본 연구에서 주관적 건강의 평균 점수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남녀 노인 모두 6, 7차 조사 사이의 2년 동안 주관적 건강이 유의하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년간의 종단자료를 분석한 결과 노인의 주관적 건강 점수가 시간에 따라 유의하게 낮아졌다는 국내 선행연구의 보고와 비슷한 연구결과이다[24].
본 연구에서 위계적 회귀분석을 통해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6차 조사 당시에 노인이 지각한 정서적 지지와 도구적 지지의 수준이 높을수록 6, 7차 조사 사이에 주관적 건강이 유의하게 덜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정보적 지지와 평가적 지지는 노인의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성별은 지각된 정서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만을 조절하였다. 이는 정서적 지지가 남성보다는 여성의 주관적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외국의 선행연구와 맥락을 같이 하는 연구결과이다[18]. 본 연구에서 지각된 정서적 지지와 주관적 건강의 변화의 관계가 여성 노인 집단에서만 유의하게 나타난 것은 Krause 등[17]이 보고하였듯이 정서적 지지가 남성보다는 여성의 통제감(personal control)을 더욱 높이기 때문일 수 있다. 통제감은 개인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자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25], 여성노인이 지각한 정서적 지지의 수준이 높을수록 통제감이 더욱 높아짐으로써 주관적 건강이 덜 악화한 것일 수 있다.
본 연구결과, 노인이 지각한 도구적 지지는 성별에 관계없이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6차 조사 당시에 남녀 노인이 지각한 도구적 지지의 수준이 높을수록 6, 7차 조사 사이에 주관적 건강이 덜 악화하였다. 이는 낮은 수준의 지각된 도구적 지지가 성인의 주관적 건강의 악화와 관련이 있다는 서구 선행연구의 보고[13]와 일치하는 연구결과이다. 노인의 건강 악화나 경제적 문제에 대한 걱정은 불안과 정적 관계가 있으며[22], 불안은 노인의 주관적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26]. 따라서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수발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거나 필요시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은 이러한 걱정으로 인한 불안을 완화해 궁극적으로는 남녀 노인의 주관적 건강이 덜 악화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본 연구에서 남녀 노인이 지각한 정보적 지지나 평가적 지지는 성별에 관계없이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서구의 선행연구들은 낮은 수준의 정보적 지지가 성인의 주관적 건강의 악화와 관련이 있으며[13], 평가적 지지가 성인 여성의 심폐기능을 예측한다고 보고하였다[27]. 이렇듯 본 연구결과가 선행연구의 보고와 다른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앞선 연구들은 본 연구와는 달리 House [16]가 분류한 네 유형의 사회적 지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하여 분석하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도 정보적 ․ 평가적 지지와 주관적 건강 간의 단순상관관계는 유의하였으나, 사회인구학적 특성 및 정서적 ․ 도구적 지지의 영향이 통제된 회귀모형에서는 정보적 ․ 평가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즉, 정보적 ․ 평가적 지지의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정서적 ․ 도구적 지지의 영향에 비하여 미미할 수 있다. 둘째, 6차 조사에만 참여하였거나 주관적 건강 문항에 결측치가 있어 본 연구의 분석에서 제외된 자가 분석대상보다 6차 조사 당시 더 낮은 수준의 정보적 지지와 평가적 지지 및 주관적 건강상태를 보고하였다. 이로 인하여 정보적 지지와 평가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과소 추정되었을 수 있다. 후속연구에서는 종단자료를 분석할 시에 다중대체(multiple imputation) 등 여러 결측자료분석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정보적 ․ 평가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확히 추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국내 연구로서는 처음으로 종단자료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노인이 지각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으며,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갖는다. 우선, 본 연구에서 네 유형의 지각된 사회적 지지 중에서도 도구적 지지가 남녀 노인의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대한 설명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노인장기요양보험 및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을 개선하여 건강 악화 시 병원비 등을 지원해주고 병수발을 해줄 수 있는 가족, 친구, 이웃 등이 없는 노인들을 위한 공적 지지체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정서적 지지는 남성보다는 여성노인의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본 연구결과는 여성의 경우 가족, 친구, 이웃 등과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노후 준비의 중요한 부분임을 시사한다. 또한, 각 지역 보건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노인 건강증진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집단을 대상으로 8-12주 동안 운동 및 보건교육을 위주로 이루어지는데[28], 여성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참여자들이 정서적 지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지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교육 및 상담[29]을 포함하는 것에 대하여 검토해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간호대학의 노인간호학 교육 과정에서 사회적 지지의 개념과 노인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간호현장에서 노인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지각된 사회적 지지의 수준을 증진시킬 수 있는 통합적인 간호중재방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본 연구의 여러 시사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는 다음과 같은 제한점이 있다. 첫째, 주요변수를 모두 측정한 종단자료의 부재로 인하여 두 시점의 자료를 분석함으로써 2년이라는 다소 짧은 기간 동안의 주관적 건강의 변화를 살펴보았다는 한계가 있다. 후속연구에서는 최소 세 시점 이상의 종단자료를 확보 및 분석하여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노인의 주관적 건강 변화 궤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것을 제안한다. 둘째, 앞서 언급하였듯이 결측치로 인하여 분석에서 제외된 응답자와 분석대상 간에 6차 조사 당시의 사회적 지지와 주관적 건강상태에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이로 인하여 편의(bias)가 발생하여 정서적 지지, 정보적 지지, 평가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과소 추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노인의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확히 추정하기 위해서는 종단자료를 여러 결측자료분석방법을 적용하여 분석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본 연구는 건강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표로서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대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의 영향을 검증하였다. 추후 간호연구에서는 사회적 지지가 노인의 만성질환 이환 수, 일상생활수행능력 등 다양한 건강 지표에 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면, 노년기의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와 건강의 관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종단자료를 활용하여 노인이 지각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더 나아가 성별에 따라 그 영향에 차이가 있는지를 검증하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본 연구결과는 지각된 도구적 지지는 성별에 관계없이 다른 유형의 사회적 지지보다 노인의 주관적 건강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며, 지각된 정서적 지지가 노인의 주관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는 성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본 연구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노인장기요양보험 및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을 개선하여 주변으로부터 도구적 지지를 받을 수 없는 남녀 노인들을 위한 공적 지지체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여성노인을 대상으로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건강증진 프로그램에 사회적 지지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교육 및 상담을 포함하는 것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셋째, 간호대학의 교육과정에서 사회적 지지의 개념 및 영향에 대하여 다루고, 간호현장에서 노인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지각된 사회적 지지의 수준을 증진시킬 수 있는 통합적인 간호중재방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추후 간호연구에서는 세 시점 이상의 종단자료를 활용하여 노인이 지각한 각 유형별 사회적 지지가 주관적 건강뿐만 아니라 여러 건강지표의 변화 궤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사회적 지지가 노년기의 건강 변화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보다 포괄적으로 이해할 것을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