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자 없는 요양병원 장기입원 노인 환자의 병원 생활 경험: 현상학적 연구
Hospital life experience of older patients hospitalized for a long time in long-term care hospitals without visitors: A phenomenological study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ed to explore older patients’ experiences of hospital life in long-term care hospitals without visitors.
Methods
Data were collected through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with eight older patients hospitalized in long-term care hospitals and were analyzed using Colaizzi’s phenomenological method.
Results
Four theme clusters extracted from older patients’ experiences were shabby oneself cut off from the outside world, a hospital that eventually became home, fear of death that will come one day, a self-reliant daily life with gathering body and mind.
Conclusion
Through the results of this study, it was possible to deeply understand the experiences of older patients living in long-term care hospitals for a long time without visitors. Based on this, it is necessary to develop nursing interventions that can effectively support them, and active strategies are required to prevent their social disconnection and expand various social networks inside and outside the hospital.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우리나라는 기대수명 증가와 저출산 등으로 인해 노령화 지수가 해마다 증가하여 2022년 11월 기준 165.1에 달하였고, 이는 전년도 대비 13.1이 증가한 수치이다[1].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급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 요양병원의 수가 빠르게 늘어났다. 2008년 690개소에 불과하던 기관 수가 2020년에는 1,468개소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요양병원 환자 1인당 평균 입원 일수는 2020년 기준 185.0일로 장기입원 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2].
현재 우리나라는 핵가족화와 가족주의의 약화로 인해 가족 구조 및 인식이 변화하여, 가족 구성원의 노인 돌봄이라는 전통적인 사회양식에서 벗어나 국가 및 사회에 의존하는 공적 부양이 증가하는 추세이다[3,4]. 건강문제가 있는 노인은 급성기병원 입원 치료 이후에도 회복, 재활, 요양 등의 지속적인 돌봄이 요구되어 요양병원 입원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 요양병원은 기관 수뿐만 아니라 입원환자 수, 입원 기간까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2]. 요양병원은 부양환경 변화에 따른 노인 환자 돌봄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는 있지만, 입원한 환자는 사회적 관계가 제한되며 고립을 경험할 수 있다[4,5]. 특히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들은 가족 지지가 저하될 때 절망감에 빠지게 되고 이 절망감은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심화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6]. 우리나라 노인의 경우, 가족관계와 사회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삶의 만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7]. 따라서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의 삶에 사회적 연결망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노인 돌봄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국내 요양병원에 장기입원한 노인 환자 중 가족이나 친지의 방문 없이 사회적 단절을 경험하며 지내고 있는 노인 환자들의 수는 아직 실증적으로 조사된 바는 없으나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이다. 노인의 사회적 연결망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시점에 요양병원 장기입원 환자 중 장기간 가족 및 친지의 방문 없이 홀로 병원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노인 환자들의 삶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가족을 포함한 사회로부터 단절된 요양병원의 삶이 심신의 취약성을 가진 노인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목도한 바 있어[8], 가족 및 친지의 방문 없이 병원 생활을 견디고 있는 장기입원 노인 환자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입원환자는 병원의 낯선 환경으로 인해 두려움, 고립감, 상실감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경험하게 되고, 특히 장기입원 시 이러한 심리적인 긴장 상태가 오랜 시간 지속되면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환자의 질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9]. 또한 요양병원 입원 기간에 따른 노인 환자 특성을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90일 이상 장기간 입원 경험이 있는 노인의 50% 이상 상당수가 신체 기능상태 및 건강상태의 변화를 겪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신체 건강상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실정이다[10]. 따라서 노인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사회적 관계가 약화되거나 단절된 채로 입원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신체•정신적으로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요양병원 장기입원 노인 환자 중 방문자 없는 환자들의 입원 생활 경험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입원환자의 병원 생활과 관련된 선행연구로는, 종합병원 입원환자의 경우 입원 기간이 길수록 병실 내 대인관계와 병실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입원환자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나타났고[11] 병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들이 입원 기간이 길어지거나 가족 지지가 낮을수록 우울감이 높아지며[12], 자살까지 생각하는 것으로[13]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결과만으로는 노인 환자들의 요양병원에서의 병원 생활 경험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특히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들이 자신을 찾아주는 사람 없이 외부의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병원 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이러한 생활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드러내기에는 매우 제한적이다. 현상학적 연구는 인간 경험의 기술에 대한 분석을 통해 경험의 의미를 밝히고자 하는 귀납적이고 기술적인 연구방법으로, 경험의 본질과 구조를 밝히고 기술함으로써 참여자들이 겪는 체험의 세계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14]. 특히 Colaizzi [14]의 현상학적 연구분석 방법은 개인의 속성보다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의 공통적인 속성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므로 본 연구의 방문자 없는 요양병원 장기입원 노인의 삶의 경험에 대한 의미와 구조를 밝히는 데에 적합한 방법으로 생각된다[15]. 따라서 본 연구는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노인 환자들이 장기간 방문자 없이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하는 심리적인 측면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본질적인 경험의 의미와 구조를 밝혀 이를 통해 방문자 없이 입원 중인 노인 환자들을 위한 효율적인 간호중재를 개발하는 데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2. 연구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가족과 지인 등의 방문자 없는 노인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장기입원하면서 겪는 생활 경험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기술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간호중재 개발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연구방법
Ethic statement: This study was approved by the 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 of Kosin University (IRB No. KU IRB 2019-0025). Informed consent was obtained from the participants.
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방문자 없이 요양병원에 장기입원하고 있는 노인 환자가 겪는 병원 생활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생생한 경험에 대한 의미를 밝히는 Colaizzi [14]의 현상학적 분석방법을 적용한 질적연구이다. 본 연구는 O’Brien 등[16]의 Standards for Reporting Qualitative Research: a synthesis of recommendations (SRQR)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여 기술하였다.
2. 연구 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는 90일 이상 요양병원에 장기입원한 노인 환자로 자녀가 있으나 최근 6개월 이상 직접 대면으로 면회를 온 사람이 없으며, 한국판 간이 정신상태 검사(K-Mini-Mental State Examination) 결과 24점 이상인 자로 선정하였다. 부산 및 경남지역에 소재한 2개 요양병원의 부서장에게 본 연구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 설명한 후 연구주제와 관련하여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진술해 줄 수 있는 노인 환자를 추천받아 표집하였다. 추천받은 대상자들 중 본 연구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자발적 동의를 한 참여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의 참여자는 총 8명의 노인 환자로서, 인터뷰 당시 평균연령은 76.5세로 60대 3명, 70대 1명, 80대가 4명이었고, 남성이 3명, 여성이 5명이었다. 자녀 수는 1명이라고 답한 참여자는 4명, 2명이라고 답한 참여자는 3명, 3명이라고 답한 참여자는 1명이었고 입원 기간은 약 2~8년으로 평균 4.5년이었다. 학력은 초졸 4명, 중졸 2명, 고졸 2명이었고, 보험구분은 건강보험 2명, 의료급여 6명이었으며 종교는 불교 4명, 무교 4명이었다.
3. 자료수집
자료수집은 2019년 7월 10일부터 동년 11월 30일까지, 일대일 심층면담으로 진행되었다. 면담 시작 전 모든 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절차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연구대상에 대한 자발적인 서면 동의서를 받았다. 개별 면담은 입원 중인 병원 내 독립된 조용한 곳에서 진행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자가 면담 도중 불안정한 징후(저혈압, 호흡곤란 등)를 보이는지 세심히 관찰하면서 면담을 진행하였으며, 최대한 편안하고 안정된 면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면담은 1회에 40~70분 정도 소요되었으며 횟수는 개인당 1~2회 실시하였다. 면담 질문은 “가족이나 지인 등의 보호자 없이 요양병원 장기입원 환자로서 병원 생활을 하시면서 경험한 것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라는 개방형 질문으로 진행하여 연구자보다 연구 참여자의 관점에서 경험한 내용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하였으며,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는 자료의 포화 시점으로 판단될 때까지 진행하였고 자료수집과 분석은 순환적으로 이루어졌다. 면담 시 대상자가 충분하게 생각한 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격려하였고 모든 면담 내용은 녹음하였으며, 녹음된 내용은 연구자가 직접 필사하였고, 면담 시 참여자의 시선, 표정 등의 비언어적 표현들이 기록된 메모들을 구체적으로 기록하였다. 또한 추가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질문들은 다음 면담 시에 질문하여 정확도를 높이고자 노력하였다.
4. 자료 분석
본 연구의 자료 분석은 Colaizzi [14]의 현상학적 연구방법에 따라 진행하였다. 첫째는 참여자와의 면담을 기록한 내용을 자세히 반복해서 읽고 그 의미를 탐구하여 의미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두 번째는 조사하려고 하는 현상과 직접 관련이 있는 구절이나 문장을 찾고 진술 내용이 거의 같은 경우는 통합하였다. 세 번째는 각 진술에서 중심의미를 찾고, 원자료를 참조하여 명확히 하여 맥락 내에 감추어진 의미를 발견하고 설명하였다. 네 번째는 표현된 중심의미를 주제와 주제군으로 조직화하였다, 진술한 주제군이 원래의 면담자료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인가를 질문해보고 만약 주제군이 타당하지 않으면 다시 원자료로 돌아가 진술의 의미를 음미해보고 주제군 사이의 불일치점, 모순점이 있는가에 주의를 기울였다. 다섯 번째는 모든 자료의 분석결과를 철저하게 서술하여 통합하였다. 여섯 번째는 기본구조를 확인하여 조사한 현상을 명료한 진술로 서술하였다. 일곱 번째는 분석결과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참여자의 경험과 일치하는지 대상자에게 확인하였다.
5. 연구의 타당성 확보
본 연구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Guba와 Lincoln [17]의 평가 기준을 준수하여 신뢰성, 적합성, 감사가능성, 확증성을 기준으로 연구의 질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신뢰성 확보를 위해 연구현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참여자를 선정하고, 참여자의 관점을 최대한 반영하여 경험한 현상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각 면담이 종료된 후, 연구자는 참여자와 면담 내용을 함께 검토하며 면담 내용의 누락이나 왜곡을 예방하고자 재확인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자 세 명의 검증을 통해 최종 분석 결과가 참여자들의 경험을 충실히 반영하는지 참여자 검증(member check)을 거쳐서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적합성 확보를 위해 연구 참여자들의 일반적 특성 등을 제공하고 풍부한 기술을 통해 적합성을 확립하고자 하였다. 감사가능성 확보를 위해 연구과정과 분석절차를 명확히 기록하고, Colaizzi [14]의 현상학적 연구방법 절차를 준수하였다. 확증성 확보를 위해 연구주제에 대한 선 이해나 편견 등을 사전에 검토하고, 선입견을 배제하고자 괄호치기(bracketing)하며 최대한 중립성이 확보된 연구결과를 도출해내도록 노력하였다.
6. 연구자의 준비
본 연구자는 15년 이상의 임상경력과 요양병원에서 4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박사학위과정 중 질적연구 방법론 및 분석론 교과를 이수하며 질적연구 이론 및 실제에 대한 기초를 함양하였으며 질적연구 학회에서 주최하는 워크숍에 참석하여 질적연구 관련 지식을 신장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본 연구자는 다년간의 요양병원 근무를 통해 방문자 없이 홀로 생활하는 요양병원 장기입원 환자들의 병원 생활에 대해 관심을 두고 폭넓은 이해를 가지고자 하였으며, 연구와 관련된 문헌과 서적을 탐독하면서 연구자의 자질을 함양하고자 노력하였다.
7.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고신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로부터 승인(IRB No. KU IRB 2019-0025)을 받은 후 연구대상자를 모집하였다. 연구 참여를 희망하는 자에게 설명문과 동의서를 충분히 설명한 후 자발적으로 동의할 경우에만 참여를 할 수 있으며, 참여를 원치 않는 경우에는 이들의 자율성과 권리를 먼저 고려하여 불이익 없이 연구 참여자에서 제외할 것임을 알려주었다. 면담을 시작하기 전 연구 참여자에게 연구자의 신분 및 연구목적을 밝히고 면담 시에는 녹음 및 개인정보 보호 사실을 설명하고, 모든 자료는 연구 이외에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설명한 후 자발적인 서면동의를 받았다. 연구 참여자들에게는 참여에 대한 보답으로 소정의 선물을 제공하였다.
연구결과
Colaizzi [14]의 현상학적 분석방법으로 자료를 분석한 결과, 8개의 하위주제가 도출되었으며, 이들은 다시 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는 4개의 주제모음으로 통합되었다(Table 1). 연구결과로 도출된 주제모음은 ‘외부로부터 단절된 초라한 내 모습’, ‘결국 집이 되어버린 병원’,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 ‘몸과 마음을 다잡아 홀로서는 일상’으로 나타났다.
1. 주제모음 1: 외부로부터 단절된 초라한 내 모습
이 주제모음은 참여자들의 입원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가족이나 지인의 방문이 줄어들어 결국에는 홀로 외롭고 공허한 병실을 지키게 되는 경험에 관한 것이다. 입원 초기를 회상하면, 당시에는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보낸 시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들의 방문이 중단되면서 참여자들은 병원에 홀로 남겨진 것 같아 공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입원 초기의 가족과의 기억들은 더 큰 외로움을 불러일으켰으며, 가족들이 오지 않는 사실을 스스로 정당화할 수 있도록 이유를 찾아내며 홀로 있는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오지 않는 가족과 지인들을 생각하며 온갖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하였고, 오지 않는 내 가족 대신 다른 환자들을 찾아오는 보호자를 향해 반가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한 감정들을 동시에 느끼는 양가감정이 있었다. 이 주제모음에는 참여자의 홀로된 현실과 입원 당시 상황이 대조되며 생기는 갖가지 정서가 드러나며, ‘찾는 이 없는 외롭고 서글픈 신세’, ‘타인의 보호자에게 투사되는 양가감정’이라는 하위주제를 담고 있다.
1) 찾는 이 없는 외롭고 서글픈 신세
참여자들은 입원 초기 가족들과 함께 병원을 찾아왔던 무렵, 자신들의 입원 기간이 이토록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먼저 입원했던 주위의 환자들이 하나둘씩 퇴원을 하는 동안 정작 참여자들은 계속 병원에 머물게 되었다. 주변 환자들은 끊임없이 방문하는 가족이나 지인들의 헌신적인 돌봄을 받고 있었지만 참여자들은 입원 초기와 달리 가족이나 지인의 발걸음이 뜸해졌고 결국 모두에게서 잊혀져 찾는 이 하나 없는 서글픈 신세가 되었다. 참여자들은 자신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창피하지만 애써 외로움을 이겨내고 있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멈춰버린 가족이나 지인의 방문에 대해 그들의 바쁜 삶을 이해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실망과 섭섭함, 원망과 그리움의 복합적 감정을 느끼며 스스로를 서글픈 존재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웃사람 많아도 뭐... 인제 내가 입원해가 있는가도 모를끼다... (중략) 병원온 지 오래 됐다. 내... 처음 올 때는 저기 비어 있고 여기 하나 누워 있고 사람이 좀 없더라. 몇 명 없었지. 저쪽 방에 할매 하나 내하고 좀 있었거든... 집에 갔다 아이가... (이제) 아무도 없고 내 혼자뿐이다. 저기는 며느리 오제 손자 오제, 여기는 딸 오제, 아이들 한 번씩 오고... 내만 외롭다. 외로워도 할 수 없다. (중략) 입원하고 나서는 많이 왔다. 근데 이제는 안 오고 일을 하니까 못 온다... (참여자 1)
처음 입원해가 친구들이고 내 또 경로당도 있고, 복지회관에도 다니고 했거든... 거서도 모두 오고 그랬다. 사람들이 그래... (중략) 처음에 입원했을 땐 손녀딸이고 딸도 자주 왔다. 모두 와가지고 막 도와주고 그랬다. 인제는 너무 오래 되가 누가 오나, 안 그래? 안 오니 조금 섭섭하지. 저거도 삶이 바쁘니까는, 직장댕기고 하니까는, 그래 이해를 하지. (침묵) 고마 내가 이해를 해야지.. 한 번씩 와주면 좋겠는데... (중략) 모두 찾아오고 이래 샀는데.. 나는 뭐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니까네.. 좀 마음이 그렇더라. (벽을 쳐다봄) 나는 안 오니까는... 챙피스럽고..... 챙피스럽다. 다른 사람은 많이 오는데 나는 안 오니까... 딸이 항상 보고 싶다... 그거 하나뿐인데... 맨날 보고 싶다... 보고 싶어도 우짜노 저거 살기 바쁘니까... 아... 이래 있으면 보고 싶다... 손녀, 큰손녀 제일 보고 싶다... 외롭다... (참여자 2)
2) 타인의 보호자에게 투사되는 양가감정
참여자들은 다른 환자들의 방문자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상반된 감정을 느꼈다. 참여자들은 타인의 보호자 방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하지만 동시에 자신은 찾는 이 없는 혼자라는 현실에 불편한 미묘한 감정을 드러냈다. 더욱이 자주 방문하는 보호자를 보고 있으면 자신과는 대비되는 광경에 부러움이 밀려오며 갑갑함을 느꼈다. 참여자들은 매일 찾아오는 옆 환자의 보호자를 마치 내 자식을 기다리는 듯 바라보며 애틋한 마음을 느끼지만 동시에 자신의 처지를 생각할 때 절망감과 불편함을 느끼며 그들이 내미는 호의를 거절하는 등 좋지만은 않은, 사뭇 상반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보호자들 자주 오는 거 보면 내 마음이 안 편하다. 나는 와 이러는고 싶고. 그래도 다른 사람들 보호자들 오면, 거기 내 마음이 조금 가... 오는 것 보면 좋고... 근데 나는 와 이래 갑갑하노 싶고... 저쪽 할머니 아들한테 내가 마음을 많이 그 한다. 왔다 갔다 하거든? 그래 보면 내가 하나님한테 기도한다. “저 사람은 어짜든가 부모한테 효도하니까, 건강을 주십시오.” 하고 기도한다. 하루도 안 빠지고 온다. 그런 거 보면 부러워... 그런데 매일 오다가 안 오면 기분이 안 좋아. 내 자식도 아닌데.. .저쪽 매일 오던 사람이 안 오면 안 좋고... (참여자 3)
다른 사람들 보호자들이 오면 좋다, 쳐다보고. 쳐다만 봐도 좋다. 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외로워서 사람이 오면 좋다 아이가. 근데 다 와서 자기 부모들 보고 자기 부모 도와주고 가지... 자기 부모들은 그래 해주지, 남은(나는) 그렇게 해주나? (중략) 저쪽에 할매도 며느리가 반찬 가져오고 손자도 반찬 가져오제. 많이 가져온다. 저 할매는 딸이 가져온다... 난 남의 반찬 안 먹고 싶다. 그거 뭣하러... (고개 절래절래 함) (참여자 1)
2. 주제모음 2: 결국 집이 되어버린 병원
이 주제모음은 참여자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여 퇴원을 체념하고 병원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경험에 관한 것이다. 참여자들에게 있어 병원은 모든 면에서 집보다 불편한 곳이기는 하지만 나를 도와주는 곳이기도 하기에 또 다른 집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이렇게 체념하고 나니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내가 힘들 때 도와준 주위 사람들이 특별하게 다가왔고, 오지 않는 가족보다 더 나은 존재로 느껴지게 되었다. 이 주제모음에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수용하며 병원을 떠나는 것을 체념하고 주위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적응하는 경험이 드러나고 있으며, ‘체념으로 굳혀진 퇴원의 희망’, ‘병원에서 만난 가족보다 나은 인연들’이라는 하위주제를 담고 있다.
1) 체념으로 굳혀진 퇴원의 희망
참여자들에게 가족은 보고 싶고 그리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가족은 없었다. 또한 도와줄 가족이 있다 하더라도 몸이 편치 않은 나를 돌보는 일이 쉽지 않아 가족이 힘들 것을 알기 때문에 단념하기도 한다. 이러한 탓에 이 병원에 오랫동안 머물게 되었고 시간이 흐른 만큼 이곳이 익숙해져 마음을 안착시키게 되었다. 이곳은 공동생활이 이루어지기에 여러 면에서 내 맘같이 할 수는 없어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긴 하지만 오랜 시간만큼 정이 들었고, 현재 아픈 나를 돌보아 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에 감사히 여기며 참여자들은 참고 살아가고 있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그전에는... 집에 가봐야 봐줄 사람 없고 해서 입원해가 있는 사람도 있고... 똑같다. 여 있는 어르신도 그렇고... 죽은 그 사람도 그렇고... 집에 가봐야 봐줄 사람 없고, 여 오면 밥 주제. 젤 편하거든... (참여자 4)
집보단 지옥 같지. 내 맘대로 못하고 (전등)불 같은 것도... 오만 게 다 그렇지 뭐. (집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있나? 못 가지.. 아파가지고 있는데... 수발을 며느리가 할끼가? 내 수발을... 다 벌이하지 내 들다 보고 있을 꺼이가? 우리 집에 나 수발할 사람이 없다. 아무도 없다. 다 나가 버리고... 집에 가는 건 포기했지. 여기를 집이라 생각하지... 집이라 생각하고 해야지... (참여자 5)
2) 병원에서 만난 가족보다 나은 인연들
외로운 일상 속에서 참여자들은 자주 마주치게 되는 병원 안의 사람들 덕분에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 장기입원 생활로 인해 오랫동안 지속된 관계를 맺은 친절한 청소 아주머니들, 함께한 오래 입원한 환자들은 모두 의지가 되고 벗이 되어 소중했다. 이들은 가족을 대신하여 참여자들을 돌봐주고 지지해 주는 존재였다. 병원에서 만난 인연들은 참여자들 마음의 위로가 되었고, 힘들 때 손발이 되어 주고 건강을 위로하는 정겨운 말 한마디를 해줌으로써 오랫동안 오지 않는 가족을 대신하기도 했다. 때로 신체적인 불편감으로 인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때면, 그때마다 가족이 아닌 다른 보호자나 의료진들이 가까이에서 도와주었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도움을 내 가족이 해줬으면 하는 그리움도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오지 않기에 그러한 생각도 잠시일 뿐, 현실적으로 내 옆에 있는 이들이 더욱 반갑고 고마울 뿐이었다.
병원에 오래 있어 보니 청소하는 아줌마들도 참 친절하고 이래서 얘기도 자주하고. 또 옆에 병실에도 보면은 오래 입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하고 바깥에 한 번씩 같이 나가서 운동 삼아 걷고 얘기도 많이 하고 합니다. (중략) 많이 누워 있었지요. 많이 누워서 똥, 오줌도 받아내고 그랬어요. 허리를 다쳐 가지고 그래 있으니까 꼼짝도 못 하고 있는데 간호사들이 와서 좀 해주고 옆에 보호자들이 와서 좀 해주고 그랬지요. 고맙지요 뭐 한 번씩 거들어주고 간호사들도 와서 또 자주 자주 들여다 봅니다. 내가 혼자 있으니까. 간호사들이 와서... 그래도 다른 데는 자식들이 와서 그래 하는데 나는 혼자 하니까 자주 들여다 보고 잘 도와주고 그랬어요. 선생님들 회진 돌잖아요. 돌면 빨리 나으시라 하면서 손도 꼭 잡아주고 간호사 그런 양반들도 참 친절하고... 옆에 보호자 와서 내 잡아주고... 옆에 아줌마 와서 좀 봐주고... (참여자 6)
이 할매는 부지런하다. 반찬도 내다 주제, 커피도 끓이주고. 커피 여기 있거든. 할매 커피 좀 끓여 달라 하면, 그래 잘해준다. 미안치... 다... 다 아픈데... 저 방에 할매 친구 하나 있다. 저 방에. 그래 한 번씩 이래 오더라고. 한 번씩 올 때는 좋더라고. 한 번씩 오면 야쿠르트를 사오는 기라. 내가 ‘이런 거 가(져)오지 마소, 내가 사 놓고 묵는다. 가(져)오지 마소.’ 했다. (중략) 간호원들도 정이 들고 아줌마들 하고도 정이 들고... 또 간호원들도 다 좋고... 다 좋다 아이가. 그래 마음이 여기 있으니까. 뭐시 이제 뭐... 이제 낯이 익고 하니까, 괜찮다. (참여자 1)
3. 주제모음 3: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이 주제모음은 참여자들이 요양병원에 장기간 입원하여 지내면서 임종을 앞둔 환자나 환자의 죽음을 목격하는 경험과 그로 인한 괴로움, 염려, 불안에 관한 것이다. 참여자들은 장기적인 요양과 치료를 목표로 하는 특수성을 가진 이곳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타인의 죽음을 접하는 것이 예사였다. 그러나 이렇게 일상 속에서 타인의 죽음을 연이어 보면서 자신 역시 그들처럼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만 같아 그때마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으며 괴로웠다. 더구나 홀로 요양병원에 남겨진 상황에서 행여 죽음을 맞이할 때마저 가족이 찾아오지 않을까봐 혼자 마주하게 될 죽음이 염려되었으며, 이로 인해 불안과 두려움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이 주제모음에는 병원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중에 타인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언젠가 나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만 같아 불안한 참여자들의 심리가 드러나 있으며, ‘타인의 임종을 거듭 목도하는 괴로움’, ‘홀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죽음에 대한 불안’이라는 하위주제를 담고 있다.
1) 타인의 임종을 거듭 목도하는 괴로움
참여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요양병원에 머물며, 주위 환자들이 건강이 악화되어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고난스러운 간접 경험을 여러 차례 겪게 되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입원 생활을 하면서 우연히 죽음의 문턱을 넘는 환자들을 흔히 목격했고, 병원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보이더라도 결국은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러한 경험은 참여자들을 옥죄어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을 일으켰다. 주위의 환자들이 겪는 고통과 죽음의 현장을 지켜보는 것은 마치 나 자신이 그 고통을 경험하는 것과도 같아 바라보는 자체가 괴로웠다. 다른 환자들의 죽음과 함께 병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의지하던 환자마저 떠나는 모습은 참여자들에게 허무함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병원 생활 속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괴로움이 커져만 갔고, 자신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게 되었다.
오래 있어 보니, 다 죽어서 나가니까 뭐... 나 앞에 얼마나 죽었는데... 2층에서는 내가 죽은 사람을 셋이나 보고, 6층에 올라와서는 넷이나 봤다. 대부분 죽어 나가지. 살아 나가는 거, 뭐... 쯧... (혀 차며 절래절래 하심) (중략) 지금은 불빛도 싫고, 덥고... 내가 답답허고... 한... 한 2년 넘었어... 여거 와서 온 머리가 터지 나갈라 하고...내가 막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딱 차고.... 머리가 막... 온 만신이 다 아픈기라... 죽어야지 이자... (참여자 5)
저 쪽에 있을 적에 와 가지고 찾아 오고.. 그 할매가. 참 좋아. 그래 내한테 잘했다고. 뭐라 할까... 내가, “나는 나이가 적고 형님은 나이가 많으니까, 형님은 앞에 죽어버리면 나는 우야꼬. 형님아, 형님 떨어져서는 안 갈란다, 이래 울어. 자고 나믄 울고 형님아, 내가 먼저 죽으면 형님 공을 어찌 할꼬”, 그래 했었거든. 간호사들이 비어있는 저 방(연명실)으로 보냈다 아이가. 내가 밑에 내려가서 물리치료 받고 오면서 들여다보고, (뭐를) 사가서 먹여주고 이랬거든. 근데 죽었다. (중략) 내가 눈 뜨고 있으면 뭐 하겠노? 고마 눈감고 있고... (참여자 1)
2) 홀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죽음에 대한 불안
참여자들은 주위 환자의 건강이 나빠지면 혹시 그에게 닥칠 수도 있는 죽음의 장면이 떠올라 불안감을 느꼈다. 특히 그럴 때마다 나 또한 죽음이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깨닫게 되었다. 더구나 내가 언젠가는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될 때, 가족이 나를 방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마음을 강탈했다. 나 또한 언젠가는 죽음을 마주하게 될 것처럼 느껴졌고, 그 시점에는 혼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착잡한 심정을 토로하였다. 이런 감정은 나 자신과의 대면에서도 드러나 나 혼자만의 죽음에 대한 불안한 상상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저 할매는 아까부터 내도록 신음소리를 내네, 낮부터... 간호사가 내(계속) 왔다갔다 하던데... 숨이 찬가 내내(계속) 그러네. 저런 옆에 있는 사람이 또 저러면 내가 또 좀 불안해 지더라구요... 불안해져요... 저 할매가 숨이 가빠지고 하는 모습을 보니까, 아이구 나도 저러면 어쩌겠나 싶고 그렇데요. 나도 저래 되면 아이들이 와 주려나 싶은 게 또 막 그런 생각도 들고 또 그래 불안한 생각이 들데요. (참여자 6)
내가... 명이 길고 이래 살면 우짤고 싶다... 그 걱정뿐이다. 내가 병원에 너무 오래 있으믄, 아이고오 우리 엄마가 응가이도 죽도 안 하고 오래 있다 싶을끼다... 내가 죽어도 딸 안 온다... 딸래미 하나 있는 거... (참여자 2)
4. 주제모음 4: 몸과 마음을 다잡아 홀로서는 일상
이 주제모음은 주위에 사소한 것일지언정 도움을 줌으로써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려 하는 참여자들의 경험에 관한 것이다. 타인의 죽음으로 인해 옥죄어 오는 두려움을 경험하면서 삶에 제동이 걸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기 위해 자신이 필요한 존재임을 인정받을 수 있게 도움을 주며 생활하였다. 그들은 비록 할 수 있는 일이 소소한 것들이지만 그 속에서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며 만족감을 느꼈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쓰고 스스로 노력하였다. 병원 식이가 입맛에 맞지 않지만 억지로라도 먹음으로써 건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심리적으로 스스로 다스리면서 어떻게든 살아내고자 하였다. 이 주제모음에는 참여자들이 어떻게든 홀로서기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으며 ‘소소한 만족거리로 채우는 하루’, ‘의지로 버티는 매일의 삶’이라는 하위주제를 담고 있다.
1) 소소한 만족거리로 채우는 하루
참여자들은 자신을 지지해 주기 위해 방문하는 가족이 없다고 해서 마냥 비관적인 삶을 살아갈 수는 없었다. 그들은 비록 신체의 움직임이 온전하지는 않지만 내가 도움을 받기보다는 나보다 건강상태가 더 나쁘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음식을 먹여주거나 용변 시 뒤처리를 도와주는 등 병원 내 환자나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필요한 사람이 되어 소소한 일상을 살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좌절하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능력이라도 사용하려 하였고, 일상의 작은 행복을 찾아 자신의 만족을 채울 수 있는 것들을 찾으며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남의 손이 해주면 미안하지. 아픈 사람이 해주면. 미안치... 다 아픈데.. 나도 아픈데... 내가 먹을 것 있음 애가 쓰여서 가서 먹여주고 물엿도 먹여주고 오고, 많이 도와줬지. 똥도 누면 내가 해주고. 간병인 아지매들은 “할매도 환잔데, 뭣 때에 팔 아프고 다리 아픈데 뭐 한다고 해줘요?” 하더라. 그건 내가 해주고 싶어 해준다. 하지 마라 해도. 너그가 수월하다 아이가. (참여자 1)
병원에 오래 있다 보니... 심심하면 옥상에 휠체어 타고 올라와서, 저 앞에 좀 쳐다보고... 늦은 밤 되기 전에 한 번씩 옥상에 올라와. 밤에는 문이 다 닫혀 있으니까... 혼자서 밖에 쳐다보고... 이래 에~ 쳐다보고 하지... 그거라도 안 하면 어떻게 살아... 좀 쳐다보고 있으면 기분이 좀 낫지. (참여자 7)
2) 의지로 버티는 매일의 삶
이제는 나의 몸이 아파도 보호해 줄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입맛이 없어도 악착같이 먹으며 건강을 유지하려 하였다. 참여자는 질병으로 인해 신체적으로 움직임이 원만하지 않아서 거동이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아픈 몸을 이끌고 운동하려 노력하였고, 나를 위해 애쓰며 살고 있었다. 이들은 최대한 활동을 하며 적극적인 생활을 함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가지려 하였으며 자신들의 남은 삶의 기간은 알 수는 없지만 마지막까지 신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과 정신까지 다잡으려 애쓰며 살고 있었다.
밥맛은 없으면서도 막 퍼 였는다 아니가... 입에 딱 들어가면 되거든. 그러면 고만 씹어서 넘기거든. 뭣이던가 다 맛이 없어. 어쨌든 내가 아직까지는 악착같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내가 하는기라... 그래도... 밥 한 그릇은 다 먹거든. 먹어야지 이겨낼 수 있다 싶어... 건강을... 이기면 이기면 좋지. 안 아프고 고통 없으니까. (참여자 3)
(병원 생활을) 짧게 하고 나갔으면 정상생활이 되잖아... 지금도 정신상태는 정상으로 돌아간다고 봐. 무엇이던지 움직이고 싶은 심정이 있고 무엇이던지 할라는 욕심이 있으니까... 나는 바라는 것은 없어. 그저 내 주어진 의무... 의무라는 게 뭐냐면, 운동하고 식생활 잘 하고 그것이 내 가족을 위한 것이다. 오지 않아도 우리 시아버지가 병원에 있다. 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거야. 그 모든... 내 가족이... 내가 아프지만도 (내가 나를)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보호해 주겠나...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내 도리 아니겠냐 그런 생각을... (참여자 8)
자료 분석 결과 도출된 주제모음들을 종합하여 최종적으로 구조를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본 연구 참여자들은 재원 기간이 이토록 길어질 것을 예측하지 못한 채 요양병원에 입원하였다. 입원 후 한동안은 가족, 지인들이 자주 방문해 주었지만,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이나 지인의 방문은 뜸해지며 결국 외부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외로움, 그리움, 원망, 질투심 등 얽히고 설킨 감정을 경험하게 되고 결국 퇴원을 체념하며 병원 생활에 적응한다. 참여자들은 외부와의 관계가 단절되었기에 병원에서 만난 인연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주변 환자들뿐만 아니라 의지했던 환자들의 임종을 목격하면서 죽음이 자신의 가까이 있는 것을 느끼며 그 죽음을 홀로 맞이하게 될까 못내 두려워 하며 공포와 불안함을 안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집이 되어버린 병원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홀로서기를 훈련하며 소소한 만족거리로 낙을 삼고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삶을 버텨내고 있었다.
논의
본 연구는 현상학적 연구 방법을 적용하여 방문자 없는 요양병원의 장기입원 노인 환자의 병원 생활 경험에 대한 의미를 심층적으로 파악하고자 수행되었다. 본 연구에서 대상자들의 경험은 8개의 주제와 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 4개 주제모음, 즉 외부로부터 단절된 초라한 내 모습, 결국 집이 되어버린 병원,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 몸과 마음을 다잡아 홀로서는 일상이라는 주제모음으로 도출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첫 번째 주제모음인 ‘외부로부터 단절된 초라한 내 모습’은 ‘찾는 이 없는 외롭고 서글픈 신세’, ‘타인의 보호자에게 투사되는 양가감정’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부터 도출되었다. 먼저 ‘찾는 이 없는 외롭고 서글픈 신세’는 더 이상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병실에서 참여자들은 다른 환자들과는 다르게 자신만 가족들로부터 이곳에 버려진 것 같았고, 홀로 남겨져 외롭고 서글픈 마음을 가지는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4,18]에 따르면, 지지자가 없는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의사결정을 혼자서 해결하는 데에 한계를 느끼고, 가족으로부터 보호 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되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요양병원 노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7,12]에 따르면 입원 기간이 더 길어지고 가족의 지지가 부족할수록 우울, 자괴감, 절망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최근 COVID-19 대유행 기간 동안, 요양병원에서 거주하는 노인들의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가 권장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로 사회적 고립을 겪고 있는 노인들은 그 기간 동안 우울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사망 위험 증가 및 정신건강 악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19]. 게다가 사회적 고립 및 외로움은 흡연과 비만과 마찬가지로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0]. 본 연구와 선행연구 결과를 토대로, 사회적 고립은 노인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이들에 대한 관리 및 모니터링이 필요하다[19]. 따라서 요양병원 내 방임된 노인 환자를 분기별로 조사하여 정기적으로 보호자로부터 치료 계획 등의 의견을 요청하고, 비대면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가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호자가 사정으로 방문이 어려운 경우, 입원 중인 노인 환자와 전화통화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 SNS)를 통해서라도 연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중재 및 지원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고 커뮤니티의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로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전략으로 버디 벤치(buddy bench)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21]. 따라서 요양병원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지원을 통해 노인들의 외로움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버디 벤치와 같은 소통하는 의자 설치하여 다른 환자 및 보호자들과 소통하려는 노인들을 위한 특별한 장소를 마련한다면 보호자 방문이 없어 외로움을 겪는 노인들의 사회적 연결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통해 노인 환자들은 서로 교류하고 격려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확보하게 되므로 보호자 방문이 없는 장기입원 생활 속에서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결핍된 사회적 연결망을 대신할 수 있는 전략으로 병원 내 환자 및 직원과의 관계 증진을 위한 멘토-멘티와 같은 일대일 동료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지역사회 초등학생들을 요양병원에 유입하여 노인 환자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22]. 노인 환자들은 노래 부르기, 그림 그리기, 이야기 나누기 등의 활동을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고, 어린이와의 교류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22]. 이러한 외부의 사회적 관계망을 도입하는 것은 노인 환자의 사회적 고립감 예방에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타인의 보호자에게 투사되는 양가감정’은 참여자들이 보호자 방문 없이 병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다른 환자의 보호자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반가움과 이와 동시에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을 나타낸다. 이러한 양가감정의 현상은 기존의 요양병원 노인 대상 선행연구들[5,7,12,13,23]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은 내용으로 본 연구결과의 차별된 부분으로 생각되며, 특히 보호자 방문이 없는 요양병원 장기입원 환자의 입장에서 타인의 보호자 방문이 심리적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은 보호자 방문 시간을 명확히 정하여, 방문하는 보호자와 환자가 면회실에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편의용품과 간단한 간식 등을 구비하는 등의 편안한 공간을 지원하고, 보호자가 방문하지 않는 다른 노인들을 위해서는 정해진 보호자 방문 시간에 맞춰 영화 감상, 요가, 스트레칭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활동을 통해 노인들이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모든 환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지원을 받으며 더 나은 병원 생활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의 두 번째 주제모음인 ‘결국 집이 되어버린 병원’은 ‘체념으로 굳혀진 퇴원의 희망’, ‘병원에서 만난 가족보다 나은 인연들’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부터 도출되었다. 먼저 ‘체념으로 굳혀진 퇴원의 희망’은 참여자들은 질병으로 인한 일상생활 활동의 어려움과 경제적 사정 등으로 인해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가족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여기고 병원 밖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체념하게 되면서 살아가는 경험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요양병원에서 노인 환자들의 삶의 변화를 연구한 결과에서[5], 퇴원 후 오갈 곳이 없거나 자녀들이 퇴원을 원하지 않아 퇴원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것으로 나타나 본 연구의 결과와 유사하였다. 본 연구와 선행연구 결과를 토대로 요양병원 노인 환자들을 위해 퇴원 후 건강관리를 지원하고 일상생활 수행을 돕는 방문간호서비스나 사회적 고립감 해소를 지원하고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을 도모하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역할 확대 방안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족부양에서 국가 및 사회에 의존한 공적 부양으로 변화하는 현 상황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요양병원 장기입원으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에 따른 제도적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3]. 따라서 살던 곳에서 노년을 보내는 aging in place 개념을 적용하여 요양병원 장기입원 노인들이 퇴원 후 자택이나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3,24,25].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사회 내에서 노인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무료급식, 이동지원, 집수리, 주거환경 개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노인복지관이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은 노인 가족을 대상으로 돌봄 교육 및 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노인들이 자택이나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24]. 이러한 방안을 통해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요양병원의 재입원을 방지하고, 사회 전반의 비용을 절감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2,3,25]. 또한 본 연구에서 나타난 ‘병원에서 만난 가족보다 나은 인연들’은 참여자들이 요양병원에서 자주 보는 직원, 주위의 환자들과 오랜 입원 기간 동안 함께 지내면서 병원 생활에 점차 적응하고 익숙해지게 되는 경험들을 통해 병원을 자신의 집처럼 생각하고, 나의 생활환경으로 받아들이고 살아나가는 경험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참여자들은 병원에서 함께 지내며 의지하는 환자들과 자신을 자주 방문하는 의료진들이 때로는 가족보다 더 나은 지지자라고 설명하였다. 이는 Kang과 Kim [5]의 연구에서 노인이 사회적 입원으로 인한 요양병원에서의 삶의 변화에는 새로운 관계 형성이 이들의 삶에 의지가 되어 가족 같은 친밀감이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Lee [23]의 연구에서 노인이 노인요양시설을 자신의 집과 같이 인식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같은 직원의 케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난 결과와 유사한 맥락이다. 최근 팬데믹 위기로 인해 사회적 관계와 연결에서 분리되어 고독함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웰빙과 대처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친구와 사회적 지원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강조되고 있다[20]. 특히 요양병원에 입원하여 외부와 단절된 노인들은 사회적 고립과 소외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에게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친구 또는 의료 전문가로부터 제공받는 사회적 지원 수준을 높임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이고, 병원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20]. 이를 위하여, 장기적으로 요양병원에 거주하는 노인을 위하여 직원들이 노인의 기념일을 축하하거나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노인이 특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거나 병원에서도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시설 내 미술실, 음악실, 원예장 등을 마련하여 직원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병원에서의 유대감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23].
본 연구의 세 번째 주제모음인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타인의 임종을 거듭 목도하는 괴로움’, ‘홀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죽음에 대한 불안’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부터 도출되었다. 먼저 ‘타인의 임종을 거듭 목도하는 괴로움’은 참여자들이 오랫동안 입원 생활을 하며 주위 환자들의 고통과 죽음을 여러 차례 목격함으로써 타인의 고통을 마치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며 괴로워하고, 의지하던 환자마저 떠남을 보며 허무함과 고통을 느끼는 경험을 드러내고 있다. 참여자들은 병원에서의 생활 동안 발길이 끊어진 보호자를 그리워하며 외로움을 견뎌내는 상황에서, 다른 환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병원 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죽음의 현장이 반복적으로 목격됨으로써 참여자들의 정신적인 안정을 저해하고 그들 삶에 하나의 사건으로 깊게 각인되어 이후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18,26]. 요양병원은 환자들이 치료와 요양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는 곳이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타인의 죽음을 목격할 수 있다. 따라서 요양병원에서 타인의 임종 과정이 환자들에게 가능한 최소한으로 노출되도록 독립적인 호스피스 케어 병실 확대와 체계적인 요양병원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타인의 임종에 노출된 환자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한 정기적인 상담 서비스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며 이러한 제공은 환자들의 정신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임종 과정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본 연구에서 나타난 ‘홀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죽음에 대한 불안’은 길어지는 병원 생활만큼이나 타 환자의 임종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면서, 자신도 언젠가는 죽음에 직면할 때 보호자 없이 임종을 맞을 수도 있다는 염려로 참여자들의 심리적 불안함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Lee와 Choi [26]의 요양병원 노인 환자 대상 연구에서 가족 지지가 낮을수록 죽음불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요양기관에 입원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8]. 따라서 가족의 지지가 없는 요양병원 노인 환자들이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심, 자괴감을 낮추기 위해서는 의료진, 종교 지도자, 심리치료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로부터의 정서적 지원과 중재가 필요하며, 특히 보호자의 부재로 인한 부정적 감정들을 적절히 해소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맞춤형 정서심리상담 중재가 요구된다.
본 연구의 네 번째 주제모음인 ‘몸과 마음을 다잡아 홀로서는 일상’은 ‘소소한 만족거리로 채우는 하루’, ‘의지로 버티는 매일의 삶’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부터 도출되었다. 먼저 ‘소소한 만족거리로 채우는 하루’는 참여자들이 입원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죽음을 목격함으로써 삶의 에너지에 제동이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서기 위해 병원 내에서 환자나 직원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답답한 병원 환경 속에서도 밖 풍경을 감상함으로써 이를 달래주는 취미를 찾는 등 병원 생활의 일상에서 소소한 만족거리를 찾으며 살아가려는 삶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Kang과 Kim [5]의 연구에서도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이 요양병원 입소 후 적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다른 환자에게 필요한 부분을 돌봐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본 연구결과와 유사하였다. 요양병원 장기입원 환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잠재력을 높여서 의료환경 내에서도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27]. 따라서 요양병원에서 노인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의견 제안, 요양병원 시설 내 행사 기획, 자원봉사자 모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인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거나 요리, 미술, 음악, 봉사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여 자신의 장점과 능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21]. 또한 본 연구에서 나타난 ‘의지로 버티는 매일의 삶’은 참여자들의 생활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가 병원으로 국한되어 비록 제한적이지만 병원 안에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악착같이 생활해 나가는 경험을 나타낸다. 참여자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병원 생활을 버텨야만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강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으며, 요양병원에서 주어진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Kim [12]의 연구에 따르면 노인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높을수록 우울 정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Kim [28]의 연구에서는 요양시설 노인이 의존도가 낮고 자립적인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높을수록 인지기능이 높은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를 통해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식사나 운동, 긍정적 생각 등을 통해 스스로 일어서기 위한 자기 돌봄 노력이 삶에 긍정적인 힘을 주는 경험이며, 이는 나아가 지남력, 주의집중, 언어기능 등과 같은 인지기능에 도움을 주는 행위임을 알 수 있다[28]. 따라서 장기입원 중인 요양병원 노인 환자들이 의료환경에서 더 나은 삶의 질을 영위하고 인지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의료진,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 간의 협력을 통해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 프로그램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요양병원 내에서 사회적 지지 체계를 구축하고 환자들의 병원 생활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방문자 없이 요양병원에 장기간 살고 있는 노인 환자들의 생활 경험에 대한 본질과 의미를 이해하고자 진행하였다. 참여자들은 처음에는 개인이 처한 사회적 문제들로 인해 요양병원에 입소하여 병원 생활을 시작하였지만 이후에는 가족이나 지인의 방문이 점차 줄어들다가 결국 끊기게 되면서 ‘외부로부터 단절된 초라한 내 모습’으로 홀로 병실에서 지내게 되었다. 병원 생활이 계속되면서 참여자들은 복잡한 감정을 안고 있었으며, 익숙해진 사람들과 병원 환경과 함께 ‘결국 집이 되어버린 병원’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며 살아갔다. 그러나 장기간의 병원 생활 속에서 참여자들은 장기 환자나 말기 환자의 임종을 목격하며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상황들을 이겨내기 위해 매일 반복되는 병원 생활에서 ‘몸과 마음을 다잡아 홀로서는 일상’을 이어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 연구는 보호자 방문이 중단되어 외부와 단절된 참여자들의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삶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기술하였다. 특히, 본 연구는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적 고립이 만연한 시대에 요양병원 노인 환자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관계의 단절과 이로 인한 영향을 탐구함으로써 노인의 삶을 유추하고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추후 다시 발생할 수 있는 팬데믹과 같은 사회적 상황과 연계하여 입원환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함으로써 정책 및 의료서비스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먼저, 보호자 방문이 없는 요양병원 장기입원 노인 환자에 대한 대규모 실태조사를 통해 객관적 자료에 기반한 다각적 지원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선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실제로 보호자 방문 없는 요양병원 장기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 내외 사회적 연결망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하여, 이들의 사회적 유대감과 신체 및 정서심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방문을 하지 않는 가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지속가능한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방문 전략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Notes
Authors' contribution
Study conception and design acquisition - All authors; Data collection - HJ; Analysis and interpretation of the data - All authors; Drafting and critical revision of the manuscript - HJ and SK; Final approval - All authors
Conflict of interest
No existing or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Funding
None.
Data availability
Please contact the corresponding author for data availability.
Acknowledgements
None.